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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믿 음/자비의 희년 2016. 3. 9. 08:30
보편교회 자비의 특별 희년 기념 '하느님 자비에 대한 묵상'
제3주제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구원받으셨다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예!"하고 바로 답하는 가톨릭 신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정체성의 위기틀 겪고 있습니다. 냉담신자 증 상당수가 신흥종교나 그릇된 신심에 미혹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중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앙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며, 자신들이 이미 세례를 통해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예, 우리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구원은 '희망으로’ 인한 것이라고 사도는 덧붙입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이 말씀으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신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밝혀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이미 우리 안에 시작되었으며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레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4).
바오로 사도의 확신에 찬 말씀처럼 우리가 열망하는 ‘새로운 삶'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마술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되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벗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사랑, 바로 그 사랑으로 우리는 새로 태어났으며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부여받은 것입니다. 이제 그 생명은 우리의 삶 안에서 힘차게 약동하며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생명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자신의 삶에 집착하기를 그치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때 그 충만함에 이를 것입니다. 세례성사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자기를 비 우고 버리고 내어놓는 사랑이 죄와 죽음을 극복하는 구원의 여정이 우리 안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 모두는 우리의 공로나 자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용서밖에 모르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은총으로 인한 것입니다.
믿음은 삶을 정초시킬 대상, 삶이라는 집을 세울 든든한 바위를 찾는 것입니다. 그 대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이 어떠한 것이기에 우리의 삶을 그 위에 정초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사랄, 죽음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사랑, 죽음을 이기고 그리스도의 몸에 생명을 회복시킨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잃은 양을 찾아 세상 끝까지 나서는 사랑, 끝까지 믿어주고 끝까지 기다리며, 모든 것을 견디어내고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자비의 희년을 지내며 우리는 하느님과 관계를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회개란 다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례성사로 부여받은 새로운 정체성의 회복이며 죄로 인해 더렵혀진 자녀로서의 품위의 회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이루신 엄청난 일, 그분께서 친히 우리 각자의 삶을 방문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예,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셔서 우리를 일으켜주시고 자녀로서의 품위를 회복시켜주셨으며 살아갈 의미와 희망을 선사하셨습니다.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발견할 수조차 없던 우리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삶 한가운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이제 물어봅시다. 무엇이 우리에게 다시금 ‘종살이(갈라 5,1)로 돌아가도록 잡아끌고 있습니까? 무엇이 우리 삶에서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를 더럽히고 우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습니까?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자녀로서의 품위에 걸맞지 않는 모든 것을 이제 내려놓으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그 무거운 짐을 지며 힘들어할 때, 그 누구보다 아파하고 안타까워하시는 분은 하느님 아버지십니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앞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 그곳은 아버지의 자녀들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며 그분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우리가 있어야 할 곳,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서 친히 마련해놓으신 곳, 바로 아버지의 집입니다.
- 수원가톨릭대학교 한민택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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