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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그만 보탬
    낙 서 2020. 5. 11. 17:00

    조그만 보탬


    10여년을 매일 그 앞을 지나 다니며 여기에도 병원이 하나 있구나였다.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밖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생략해 버린 앞만 바라보던 보통만도 못한 사람이 이런저런 일로 이제는 거꾸로, 바라 볼 앞이 사라진 어느 날. 

    호스피스 교육생 모집공고를 보게 되고, 아득한 그 언제인가 스치듯 떠오른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냥 지나가지 않은 인연이 되어 앞에 놓여졌다. 

    그렇게 시작된 8주의 교육, 그리고 정신없이 바로 이어진 4주의 실습을 끝내고 나서 얻은 '완화의료센터 환자 돌봄 자원봉사자'란 몹시 긴 직책(?)이 적힌 명찰을 받고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고저 발걸음을 내 딛었다.


    흥에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신다. 

    급기야 침대를 내려오셔서 율동도 더 하신다.

    종내 가족실에서 조금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환해진 미소로 두손을 꼭 잡으신다.


    며칠째 옆에서 간병하시던 부인도 지쳐 보여 

    살짝 어깨를 풀어 드린다. 

    마사지에 편안해져 주무시는지 알았던 분이

    등뒤에서 허리에 손을 둘러 살포시 안으신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햇빛 따사한 밖으로 모셔

    부부만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어 드린다.

    휠체어 뒤로 힘들게 손을 뻗어 옷자락을 잡으신다.


    목욕을 끝내자 개운해 지셨는지

    보일 듯 말 듯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맞잡은 손에 약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없는 힘을 쥐어 짜 고마움을 표시한다.


    주위분들이 얘기한다 봉사를 하니 은총과 복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이제는 알 것같다. 이미 은총과 복을 많이 받았기에 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이제는 알 것같다. 무리하지 않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조그만 보탬이라도 된다면 나 자신에게 큰 기쁨과 건강을 준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같다. 힘듬 속에서도 지어 보이는 입가의 미소, 따스함이 느껴지는 손길과 움직임에 이미 중독 되었다는 것을. 


    아직도 불안하고 허둥대지만 이런 마음으로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이끌어 준 스승같은 팀원들, 


    매주 떡을 챙겨주는 멋쟁이 이쌤,

    활달하고 신앙심 깊은 황쌤,

    부지런하고 팔방미인인 이쌤,

    배려심 있으며 터프한 김쌤,

    쌍둥이 돌보며 장난끼 많은 이쌤,

    노래하는 선한 사랑꾼 김쌤,

    바쁜와중에 전문지식 뿜어내는 신쌤,

    여행을 즐기시는 음악하는 우쌤,

    모두를 아우르는 포근함을 가진 팀장 정쌤,

    그리고 그 외 모든 봉사자들.

    모두 감사드리며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딛으며 조용히 되뇌인다.

    “일이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다만 조그만 보탬이 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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