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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인 성사(聖事) 4믿 음/가톨릭 용어 2017. 5. 13. 08:30
숨겨진 보물인 성사(聖事) 4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
“빛”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징 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빛을 필요로 하고, 빛을 향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세상의 빛으로 드러내시고, 우리가 어둠을 몰아내는 그 빛을 향해 나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특히 전례 안에서 이 빛은 “말씀과 표징”으로 더욱 풍요롭게 드러났습니다. 부활 성야 미사 때 어두운 성전을 밝히는 부활초의 빛이 그러합니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벌(蜂)을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생각하였기에 벌을 동정 마리아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리고 벌집에서 나온 밀랍은 동정 마리아에게서 탄생한 예수그리스도로 비유되었고, 그 밀랍으로 만들어진 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표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부활초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행렬을 이루어 부활초를 따라 어두운 성전으로 들어가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 앞장서서 이끌어주셨던 불기둥을 상징합니다(탈출 13,21 참조).
부활초의 상징성은 초에 십자가를 새겨 넣고 그리스어의 첫 글자와 끝 글자인 “알파(Α)”와 “오메가(Ω)”를 새겨 넣음으로써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이는 그리스도가 모든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며 모든 만물의 시작이자 끝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집전자는 향 덩이 다섯 개를 부활초에 꽂아 넣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 난 오상(五傷)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부활 성야 미사 때 성대하게 밝혀진 부활초는 단순히 그리스도의 부활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머무르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부활초를 높이 쳐들고 세 번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노래하면서 어두운 성전으로 행렬지어 들어갑니다. 부활초의 빛은 어두운 성전을 밝혀 줍니다. 부활초의 빛은 어두운 성전을 넘어 우리 삶의 어두운 부분에서도 빛을 밝혀주어 환하게변화시켜 줍니다. 이 빛은 모든 신자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의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부활초는 세례식과 장례 미사에서도 사용됩니다. 우선 죽은 이를 위한 장례 미사에서 부활초를 사용하는데, 이는 그리스도인의 죽음이 개인적인 끝이 아니라, 새로운 거처로 옮아가는 “파스카(Pascha)”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세례식 때 “촛불 켜 줌”에서 집전자는 부활초를 잡거나 만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대부 대모는 촛불을 켜서 새 신자에게 빛을 주십시오.” 이렇게 새 신자에게 빛이 전해진 다음, 이어서 집전자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빛이 되었으니 빛의 자녀로 끊임없이 살아가십시오…” 부활초에서 붙여진 세례초의 빛은 영세자가 세례로 새로 태어났으며, 빛의 자녀가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부활초로부터 건네받은 그 빛은 빛의 자녀로서 걸어가야 할 새 신자의 소명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빛”은 전례 안에서 “말씀과 표징”으로 더욱 풍요롭게 드러나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부활초에서 타오르는 이 불꽃은 우리의 마음 안에서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 “빛”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희망과 기쁨의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 갈곶동 본당 주임 _ 김일권(요한사도) 신부 -
수원주보 '17.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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